디카페인은 카페인이 0인 커피가 아니라, 정해진 기준 아래로 카페인을 덜어낸 커피입니다. 그 기준과 덜어내는 방법이 맛과 잔류량을 모두 결정합니다.
☕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 디카페인의 법적 기준 — 한국·미국·EU가 각각 요구하는 잔류 카페인 수치
- 카페인을 빼내는 세 가지 공정(용매법 · 스위스 워터 · 초임계 CO₂)의 실제 작동 순서
- 공정별 처리 시간·압력·온도 등 실제 운전 조건
- 디카페인 한 잔에 남는 카페인은 몇 mg인가
-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라벨에서 확인해야 할 표기
1. 디카페인의 기준 — '제거율'에서 '잔류량'으로 바뀝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전혀 없는 커피가 아닙니다. 각국이 정한 기준선 아래로 카페인을 낮춘 커피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재는 방식이 나라마다 달랐고, 한국은 최근 국제 기준에 맞추는 방향으로 개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현행 한국 기준은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탈카페인(디카페인)' 표시를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비율만 볼 뿐 남은 양은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래 카페인이 많던 생두라면 90%를 덜어내도 잔류량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5월 12일, 이 기준을 원료로 사용한 커피 원두(고형분 기준) 잔류 카페인 0.1% 이하인 경우에만 '탈카페인(디카페인)' 표시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거 비율이 아니라 절대 잔류량으로 재는 방식이며, 업계 준비 기간을 두고 시행할 예정입니다.
카페인 제거율
원두 잔류 카페인
요구 제거율
잔류 카페인 상한
2. 공정 ① 용매법 — 가장 오래됐고 가장 많이 쓰입니다
세계 디카페인 물량의 상당수는 여전히 용매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카페인을 잘 녹이는 용매로 생두에서 카페인만 끌어내는 방식이며, 용매가 생두에 직접 닿는지 여부에 따라 직접법과 간접법으로 나뉩니다.
간접 용매법은 먼저 생두를 끓는점에 가까운 물에 수 시간 담가 카페인과 향미 성분을 함께 물로 옮깁니다. 그다음 생두는 건져내고 물만 별도 탱크로 보내 메틸렌클로라이드 또는 에틸아세테이트로 약 10시간 처리해 카페인을 붙잡습니다. 가열해 용매와 카페인을 날려 보낸 뒤, 향미 성분이 남은 그 물에 생두를 되돌려 담가 향을 다시 흡수시킵니다.
직접 용매법은 생두를 약 30분간 증기로 쪄서 표면 조직을 열어준 뒤, 용매로 약 10시간 반복 세척합니다. 용매를 빼내고 다시 증기로 쪄서 잔류 용매를 날립니다. 이때는 주로 에틸아세테이트가 쓰입니다.
에틸아세테이트는 과일과 사탕수수 발효물에서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성분이라, 사탕수수 유래 에틸아세테이트를 쓴 제품은 흔히 '슈가케인 디카페인'이나 '내추럴 디카페인'으로 표기됩니다. 라벨에서 이 표현을 보면 에틸아세테이트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3. 공정 ② 스위스 워터 — 물과 활성탄만 씁니다
화학 용매를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그린 커피 추출액'이라는 액체입니다. 커피의 수용성 성분은 모두 들어 있지만 카페인만 빠져 있는 물이죠.
여기에 생두를 담그면 어떻게 될까요. 향미 성분은 이미 액체 쪽 농도가 포화 상태라 빠져나갈 이유가 없고, 카페인만 농도 차를 따라 생두에서 액체로 이동합니다. 확산과 용해도 차이를 이용한 물리적 분리입니다.
카페인이 녹아든 액체는 활성탄 필터를 통과합니다. 활성탄은 카페인 분자를 붙잡고 향미 분자는 통과시켜, 다시 카페인 없는 추출액이 됩니다. 이 액체는 다음 배치에 재사용됩니다. 스위스 워터 공정은 카페인 99.9% 제거 수준을 유지하는지 정기적으로 검사받습니다.
4. 공정 ③ 초임계 CO₂ — 압력으로 카페인만 골라냅니다
이산화탄소는 일정 압력과 온도를 넘어서면 기체처럼 퍼지면서 액체처럼 녹이는 초임계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의 CO₂는 카페인에 대한 선택성이 높아, 향미 성분은 상대적으로 덜 건드리면서 카페인을 끌어냅니다.
실제 공정을 보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생두를 증기로 쪄서 수분 함량을 무게 기준 30%까지 올립니다. 그다음 추출조에 넣고 약 250bar, 90℃ 조건의 초임계 CO₂를 통과시켜 카페인의 약 97%를 뽑아냅니다.
소요 시간은 생두 종류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아라비카는 약 11.5시간, 로부스타는 약 22시간이 걸립니다. 로부스타의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의 두 배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을 머금은 CO₂는 물로 세척해 카페인의 99.5%를 회수하고, CO₂는 다시 순환시켜 재사용합니다.
| 운전 조건 | 수치 | 의미 |
|---|---|---|
| 생두 수분 | 30% (무게 기준) | 카페인이 이동할 통로를 여는 전처리 |
| 압력 | 약 250bar | CO₂를 초임계 상태로 유지 |
| 온도 | 약 90℃ | 용해도 확보와 향미 손실의 절충점 |
| 추출 시간 | 아라비카 11.5h / 로부스타 22h | 원래 카페인 함량 차이에서 비롯 |
| 제거율 | 약 97% | 미국 FDA 기준선과 같은 수준 |
5. 세 공정 한눈에 비교 —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공정마다 설비 비용, 처리 물량, 향미 보존 정도가 다릅니다.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 로스터가 어떤 생두에 어떤 결과를 원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 구분 | 용매법 | 스위스 워터 | 초임계 CO₂ |
|---|---|---|---|
| 추출 매개 | 메틸렌클로라이드 · 에틸아세테이트 | 물 + 활성탄 | 초임계 이산화탄소 |
| 처리 시간 | 약 10시간 | 온도·배치에 따라 조절 | 11.5~22시간 |
| 화학 용매 | 사용 | 사용하지 않음 | 사용하지 않음 |
| 설비 부담 | 낮음 | 중간 | 높음(고압 설비) |
| 주된 용도 | 대량 상업용 | 스페셜티 소량 배치 | 대량 산업용 |
| 라벨 표기 예 | 슈가케인 · 내추럴 디카페인 | Swiss Water Process | CO₂ Process · Mountain Water 등 |
맛의 차이는 공정 이름보다 공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전했느냐에서 더 크게 갈립니다. 용매법이라고 반드시 향이 죽는 것도 아니고, 물 공정이라고 반드시 향이 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카페인을 빼내는 과정에서 향미 전구체 일부가 함께 빠져나가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디카페인이 일반 원두보다 단맛과 바디가 옅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 디카페인 한 잔에 남는 카페인은 몇 mg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일반 드립 커피는 8oz(약 240ml) 한 잔에 평균 95~13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같은 양의 디카페인은 대략 2~15mg 수준입니다.
범위가 넓은 이유는 원래 생두의 카페인 함량, 공정의 제거율, 추출 방식과 사용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면 '디카페인'이라는 표기만 믿기보다 제조사가 밝힌 잔류 카페인 수치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Swiss Water Process', 'CO₂ Process', 'Sugarcane / EA' 같은 표기가 봉투 어딘가에 있습니다. 표기가 아예 없다면 대개 일반 용매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안전 기준은 충족하지만, 공정을 알아야 맛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디카페인 생두는 공정 중 물과 열을 거치면서 조직이 약해져 있습니다. 산패가 상대적으로 빠르므로 일반 원두보다 더 최근에 볶은 것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조직이 무르고 색이 이미 어두워 로스팅 정도를 색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보다 강배전으로 보이기 쉬우므로, 쓴맛이 두드러지면 분쇄도를 한 단계 굵게 하거나 물 온도를 1~2℃ 낮춰 조절해 보세요.
7. 자주 묻는 질문
☕ 정리하면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없는 커피가 아니라 기준선 아래로 카페인을 덜어낸 커피입니다.
기준은 제거율에서 잔류량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한국도 원두 잔류 카페인 0.1% 이하라는 국제 기준에 맞추는 개정을 예고했습니다.
공정은 크게 용매법 · 스위스 워터 · 초임계 CO₂ 세 가지이며, 각각 약 10시간, 온도·시간 통제, 250bar·90℃에 11.5~22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으로 운전됩니다.
한 잔에 남는 카페인은 대략 2~15mg. 민감하다면 봉투의 공정 표기와 제조사가 밝힌 잔류 수치를 함께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