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이면 좋은 원두인 거죠?"
에티오피아 원두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G는 맛의 순위표가 아니라, 생두의 상태와 컵 평가를 합산해 매기는 수출 등급 표기입니다. 무엇을 어떤 비중으로 보는지 알고 나면, 같은 G1끼리 값이 몇 배씩 갈리는 이유도 함께 설명됩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 라벨의 Yirgacheffe G1 Washed 를 항목별로 해체해 읽는 법
- 등급을 매길 때 쓰는 표준 샘플 양과 배점 구조(원료 40 : 컵 60)
- 널리 인용되는 결점 개수 표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 SCA 결점 등급표와 국가 등급이 서로 다른 척도라는 점
- 고도가 컵 점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최신 연구 수치
1. G1·G2는 무엇을 가리키는 표기인가
먼저 전제를 하나 세워 두겠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쓰는 단일 등급 체계는 없습니다. 국제무역센터(ITC)가 펴낸 수출 실무 안내서도 "보편적인 등급·분류 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생산국마다 자체 체계를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같은 안내서가 예로 든 Ethiopia Jimma 5 역시 "스크린(크기)·결점 수·컵 품질에 기반한 등급 척도"라고만 설명됩니다.
그래서 G1과 G2는 국제 규격이 아니라 에티오피아가 자국 수출 커피에 매기는 등급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상위 등급이라는 방향만 공통이고, 세부 판정은 그 나라의 검사 절차를 따릅니다. 라벨은 대체로 아래 순서로 붙습니다.
| 표기 예 | 가리키는 것 | 등급과의 관계 |
|---|---|---|
| Ethiopia | 생산국 | 등급 체계가 어느 나라 기준인지 결정 |
| Yirgacheffe | 지역명(산지) | 등급과 별개 정보. 향미의 방향을 예상하는 단서 |
| G1 / G2 | 수출 등급 | 생두 상태 + 컵 평가의 합산 결과 |
| Washed / Natural | 가공 방식 | 등급 문자에는 담기지 않는 별도 항목 |
네 항목이 각각 다른 것을 말합니다. 등급은 생두의 상태를, 지역명은 재배 환경을, 가공 표기는 만드는 방식을 알려 줍니다. 하나만 보고 나머지를 짐작하면 어긋나기 쉽습니다.
2. 등급은 어떻게 매겨지는가 — 원료 40 대 컵 60
에티오피아 커피 등급 판정을 다룬 연구 문헌에 배점 구조가 정리돼 있습니다. 판정에는 300g 단위의 생두 샘플이 쓰이고, 점수는 두 축으로 나뉩니다.
| 축 | 세부 항목 | 배점 |
|---|---|---|
| 원료 품질(raw quality) | 모양과 크기 | 15% |
| 색 | 15% | |
| 냄새 | 10% | |
| 컵 품질(liquor) | 커퍼가 실제로 마셔 평가 | 60% |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납니다. 배점의 절반 이상이 눈이 아니라 혀에서 결정됩니다. 생두가 아무리 고르게 생겼어도 컵에서 점수를 잃으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반대로 외형이 다소 거칠어도 컵이 좋으면 만회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G1은 결점두가 적은 것"이라는 설명은 40% 쪽만 옮긴 절반짜리 요약인 셈입니다.
3. 결점 개수 표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인터넷에서 "G1은 결점 0~3개, G2는 4~12개"처럼 딱 떨어지는 표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준비하며 확인한 결과, 그 숫자를 확인해 줄 공개된 원문 규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유통·판매 쪽 문서에서는 자주 인용되지만, 판정 기관이 공개한 문서에서 같은 표를 확인하는 경로는 열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구간표를 옮겨 적지 않겠습니다. 대신 대조군으로 쓸 수 있는, 공개된 기준을 아래에 정리합니다. 두 체계는 별개지만, "300g에 결점이 몇 개면 어느 수준인가"라는 감각을 잡는 데는 충분합니다.
4. SCA 결점 등급표 — 국가 등급과는 다른 척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정리한 생두 등급 자료에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계열의 분류가 수치로 실려 있습니다. 판정 단위는 마찬가지로 300g입니다.
| 분류 | 300g당 풀 디펙트(full defect) |
|---|---|
| 스페셜티(Specialty) | 5개 이하 |
| 프리미엄(Premium) | 8개 이하 |
| 익스체인지(Exchange) | 9~23개 |
| 기준 미달(Below Standard) | 24~86개 |
| 오프 그레이드(Off Grade) | 86개 초과 |
같은 자료는 실무에서 100g 샘플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도 함께 적고 있습니다. 표를 읽을 때 몇 그램 기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00g에서 센 개수를 300g 기준표에 그대로 대입하면 실제보다 세 배 좋게 나옵니다.
5. 지역명이 함께 붙는 이유 — 고도가 만드는 차이
예가체프처럼 지역명이 등급과 나란히 붙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재배 환경이 향미를 크게 가르기 때문입니다.
2026년 Food Science & Nutrition에 실린 연구는 아라비카를 해발 1,000m·1,200m·1,400m·1,600m 네 구간에서 수확해 습식 가공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재배 고도가 높아질수록 볶은 원두의 커핑 점수가 함께 올라갔고, 가장 높은 구간은 여운이 길고 단맛과 바디가 두툼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향기 성분 쪽에서도 낮은 구간과 비교해 각각 42종·27종·26종이 유의하게 달라졌습니다.
2026년 Plant Biology에 실린 산지별 성분 비교 연구에서는 에티오피아 시료가 자당은 높고 카페인은 낮은 쪽으로 구분됐습니다. 단맛이 받쳐 주고 쓴맛의 부담이 덜한 방향은, 흔히 이 지역 커피에 붙는 "밝고 화사하다"는 인상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고도는 조건이지 보증이 아닙니다. 같은 고도에서도 수확 시기와 가공 관리에 따라 결과가 갈리고, 위 연구들도 재배·가공 조건을 통제한 상태에서의 비교입니다. 라벨의 지역명은 "이런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보이지 확정된 맛이 아닙니다.
6. 워시드와 내추럴 — 같은 G1이라도 갈리는 자리
등급 문자에는 가공 방식이 담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G1이라도 워시드와 내추럴은 전혀 다른 잔이 됩니다. 앞서 본 배점에서 컵이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가공 방식이 등급 판정 자체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어느 쪽이 더 높은 등급을 받는다"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 안에서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가의 문제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8. 정리하면
G1과 G2는 원두의 서열이 아니라, 생두의 상태 40%와 컵 평가 60%를 300g 샘플로 판정한 결과에 붙는 이름입니다. 국제 공통 규격이 아니므로 다른 나라의 표기와 직접 비교할 수 없고, SCA의 스페셜티 분류와도 척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읽기 순서는 이렇습니다. 지역명과 가공 방식으로 향미의 방향을 잡고, 로스팅 날짜로 신선도를 확인한 다음, 등급은 마지막에 참고 정보로 봅니다. 등급 문자 하나에 기대는 것보다 훨씬 적게 빗나갑니다.
요약
- G는 국제 규격이 아닙니다. 생산국마다 자체 체계를 쓰며, G1·G2는 에티오피아의 수출 등급입니다.
- 배점은 원료 40% 대 컵 60%입니다. 모양·크기 15, 색 15, 냄새 10, 그리고 컵 평가 60으로 나뉩니다.
- 판정 단위는 300g입니다. 100g 기준으로 센 결점 수를 300g 표에 대입하면 안 됩니다.
- 등급별 결점 허용 개수는 공개 원문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널리 도는 구간표는 근거를 확인하고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 SCA 스페셜티는 300g에 결점 5개 이하로, G 등급과는 다른 척도입니다.
- 고도가 오르면 컵 점수도 함께 올랐습니다. 1,000m에서 1,600m 구간을 비교한 2026년 연구 결과입니다.
- 읽는 순서는 지역명·가공 방식 → 로스팅 날짜 → 등급입니다. 등급은 마지막 참고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