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같기도 하고 초콜릿 같기도 한데, 뭐라고 적어야 하나요?"
플레이버 휠을 펼쳐 놓고 바깥쪽 단어부터 훑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바깥에서 안으로 읽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만든 쪽이 공개한 사용법의 세 번째 단계는 "가운데에서 시작하라"입니다.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고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 안쪽 9개 대분류에서 바깥으로 좁혀 가는 3단 구조와 읽는 순서
  • 칸이 붙어 있을 때와 벌어져 있을 때의 뜻 — 간격은 장식이 아닙니다
  • 2016년 개정판이 어떤 연구로 만들어졌는가 (전문가 72명·군집분석)
  • 휠만으로 부족한 이유와, 함께 봐야 하는 센서리 렉시콘 110개 항목
  • 기준 시료의 0~15 척도 읽는 법과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시료
  • 한국어 명칭을 확인하는 방법과 번역할 때 조심할 점
9개가장 안쪽 고리의 대분류 수
110개센서리 렉시콘이 정의한 향미 항목
0~15항목별 강도를 적는 척도
72명개정판 배치를 정한 전문가 분류 참가자

1. 지금 쓰는 휠은 2016년에 새로 그린 것입니다

먼저 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인터넷에 도는 이미지 중에는 아직 옛 판본이 섞여 있습니다.

구분1995년판2016년 개정판
만든 곳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SCA + 월드커피리서치(WCR)
근거업계 경험에 기반한 정리센서리 렉시콘 + 전문가 분류 실험
구조향(aroma)과 맛(taste) 두 장으로 분리한 장에 3단 고리 구조
배치 근거작성자의 편집 판단군집분석·다차원척도법 결과

개정판은 약 20년 만의 전면 재설계였고, 2016년 1월에 공개됐습니다. 옛 판본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업계에서 공통 언어로 쓰는 것은 개정판입니다. 자료를 내려받을 때는 바깥 고리에 "blackberry", "black tea", "malt" 같은 세부어가 촘촘히 들어간 쪽인지부터 확인하십시오.

또 하나 알아 둘 점은 배포 조건입니다. 이 휠은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CC BY-NC-ND 4.0) 조건으로 공개돼 있습니다. 카페 벽에 붙여 두고 손님과 이야기하는 용도는 문제가 없지만, 메뉴판이나 상품 페이지에 넣어 판매에 쓰거나 색·항목을 고쳐 다시 그리는 것은 허용 범위를 벗어납니다.

2. 3단 구조 —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휠은 동심원 세 겹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쪽일수록 뭉뚱그린 표현이고, 바깥으로 갈수록 구체적인 이름이 나옵니다.

가장 안쪽 고리의 9개 대분류
과일(Fruity) · 신맛/발효(Sour/Fermented) · 풀·채소(Green/Vegetative) · 기타(Other) · 로스팅(Roasted) · 향신료(Spices) · 견과/코코아(Nutty/Cocoa) · 단맛(Sweet) · 꽃(Floral)

표현을 고를 때는 이 9칸 중 하나를 먼저 짚습니다. "과일 쪽"이라고 정했으면 그다음 고리에서 베리인지 감귤류인지 말린 과일인지를 고르고, 마지막 고리에서 블랙베리인지 딸기인지로 좁힙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
1
바깥부터 보면 선택지가 너무 많습니다. 세부어를 한꺼번에 놓고 고르면 아는 단어에 끌려가지, 실제로 느낀 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2
중간에서 멈춰도 됩니다. 만든 쪽의 안내도 "설명이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멈추라"고 적고 있습니다. "과일"까지만 적어도 틀린 기록이 아닙니다.
3
확신이 없을수록 안쪽에 머무릅니다. 억지로 "자몽"까지 내려가면, 다음에 같은 원두를 마셨을 때 기록이 재현되지 않습니다.

3. 칸 사이의 간격과 색은 정보입니다

휠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바깥 고리의 칸들을 보면 어떤 것은 서로 붙어 있고 어떤 것은 사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이 간격은 디자인이 아니라 관계의 세기를 나타냅니다.

간격 읽는 법
칸이 맞붙어 있으면 두 표현이 서로 가깝다는 뜻이고, 사이가 벌어져 있으면 덜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틈이 중심 쪽으로 깊게 파고들수록 관계가 더 멉니다.

실무에서 이 정보가 쓰이는 순간은 이럴 때입니다. 한 잔을 놓고 "블랙베리 같기도 하고 라즈베리 같기도 한데"라며 망설일 때, 두 칸이 맞붙어 있다면 둘 중 무엇을 골라도 큰 오차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후보 두 개가 깊은 틈으로 갈라져 있다면 그건 아직 감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이므로, 한 단계 안쪽으로 물러나 적는 편이 낫습니다.

색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개정판은 항목의 성격에 맞춰 색을 배치했기 때문에, 세부어를 하나하나 읽지 않고 색 덩어리만 훑어도 "붉은 과일 쪽" "갈색 계열" 같은 큰 방향을 먼저 잡을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빠른 진입로입니다.

4. 배치는 어떻게 정해졌나 — 전문가 72명의 분류

간격과 위치를 신뢰해도 되는 근거가 있습니다. 개정판은 그림을 먼저 그린 것이 아니라 분류 실험 결과를 그림으로 옮긴 것입니다.

개정판이 만들어진 순서
1
월드커피리서치와 캔자스주립대 감각분석센터가 커피의 향미 항목을 정리한 센서리 렉시콘을 먼저 만듭니다.
2
전문가 72명이 온라인에서 이 항목들을 자유롭게 묶는 분류 작업을 합니다. 이때 시음은 하지 않습니다 — 맛이 아니라 표현들 사이의 개념적 거리를 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3
모인 데이터에 계층적 군집분석을 적용해 어떤 항목들이 한 묶음이 되는지, 몇 단계로 나뉘는지를 결정합니다.
4
다차원척도법으로 그 묶음들을 원 둘레 어디에 놓을지 정합니다. 지금 보는 배치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 과정은 2016년 Journal of Food 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정리하면 가까운 자리에 있는 표현은 실제로 전문가들이 함께 묶은 표현이라는 뜻입니다. 휠 위에서 멀리 떨어진 두 단어를 한 잔에 나란히 적었다면, 기록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5. 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센서리 렉시콘 110개 항목

휠에는 단어만 있고 정의가 없습니다. "이 커피는 파피루스 같다"는 표현을 봤을 때 그게 무슨 뜻인지 휠은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 역할을 하는 문서가 센서리 렉시콘입니다.

이 문서는 커피에서 나타나는 향·맛·질감 110개 항목에 대해 각각 정의기준 시료(reference)를 제시합니다. 기준 시료란 "그 향이 어떤 것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제 제품"입니다.

항목기준 시료 예시강도
블랙베리스머커스 블랙베리 잼향미 5.5
사과르 네 뒤 카페 17번 향료향 7.0
체리알 더블유 크누센 타트 체리 주스
스컹키(고무 냄새)라텍스 풍선

표 오른쪽의 숫자가 0~15 척도입니다. 각 눈금에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0~15 강도 척도
0 없음 · 2 겨우 감지됨 · 4 알아볼 수 있으나 강하지 않음 · 6 약간 강함 · 8 보통으로 강함 · 10 강함 · 12 매우 강함 · 15 극도로 강함

즉 "블랙베리 5.5"는 스머커스 블랙베리 잼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그 정도 세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이라 사람마다 "강하다"의 기준이 달라도 숫자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휠은 무엇인지 고르는 도구, 렉시콘은 얼마나인지 재는 도구라고 나눠 두면 이해가 쉽습니다.

⚠️ 반드시 지킬 것
기준 시료 중 향(aroma) 시료로 표시된 것은 절대 입에 넣으면 안 됩니다. 위 표의 라텍스 풍선처럼 먹는 물건이 아닌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맛(flavor) 시료로 표시된 것만 시식할 수 있습니다.

렉시콘은 초판(2016년) 이후 2.0판이 2017년 10월에 나왔습니다. 개정의 핵심은 24개 항목의 기준 시료를 어느 나라에서나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교체한 것입니다. 신맛·쓴맛·짠맛, 사과·포도·코코넛·파인애플, 발효, 완두콩 꼬투리, 종이 냄새, 곰팡이·흙 냄새, 페놀, 석유, 브라운 스파이스, 아몬드, 바닐린, 꽃, 재스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 훈련할 때는 2.0판을 받는 편이 유리합니다.

6. 평가 조건 — 렉시콘은 커핑이 아니라 드립 기준입니다

자주 혼동되는 부분입니다. 렉시콘이 정한 평가용 커피 준비 방법은 커핑 프로토콜과 다릅니다.

항목센서리 렉시콘SCA 커핑 프로토콜
추출 방식자동 드립침지(컵에 직접)
기준인증 브루어 규격 충족 기기물 1mL당 커피 0.055g
탈이온수 48온스 / 원두 30g92.2~94.4℃
제공 온도약 60℃(140℉)붓고 나서 단계별로 평가
4온스 잔에 3분의 2규정된 커핑볼

두 문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커핑 프로토콜은 커피끼리 점수를 비교하려는 것이고, 렉시콘은 개별 항목의 강도를 사람 사이에 맞추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렉시콘은 잡음이 적고 재현이 쉬운 드립 조건을 골랐습니다. 둘을 섞어 쓰면 숫자가 어긋납니다. 커핑 점수를 낼 때는 커핑 프로토콜을, 항목 강도를 훈련할 때는 렉시콘 조건을 쓰십시오.

7. 한글 명칭은 어떻게 확인하나

"플레이버 휠 한글"이 많이 검색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본이 영어이기 때문입니다. 확인 경로는 세 가지입니다.

한국어 명칭 확인 순서
1
공식 한국어판을 받습니다. 발행처가 중국어·한국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판을 함께 배포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옮긴 이미지보다 이쪽이 정확합니다.
2
애매한 항목은 렉시콘의 정의로 확인합니다. 번역어가 갈리는 항목일수록 정의 문장과 기준 시료를 보는 편이 빠릅니다.
3
기록에는 원어를 함께 남깁니다. "브라운 스파이스(brown spice)"처럼 병기해 두면 나중에 다른 자료와 대조할 때 어긋나지 않습니다.

번역에서 특히 조심할 항목이 있습니다. SourAcidity는 둘 다 "신맛"으로 옮기기 쉽지만 휠에서는 성격이 다릅니다. 안쪽 대분류의 Sour/Fermented발효·부패 쪽으로 기운 결점 성격의 신맛을 포함하는 자리인 반면, 스페셜티에서 장점으로 말하는 산미는 과일 계열 표현으로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다"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면 칭찬인지 지적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8. 실제로 적어 보는 4단계

휠을 손에 들었다면 다음 순서로 한 잔을 기록해 보십시오.

한 잔을 기록하는 순서
1
분쇄한 가루의 향을 먼저 맡습니다. 물이 닿기 전의 향이 가장 또렷합니다. 여기서 9개 대분류 중 하나를 고릅니다.
2
물이 닿는 순간의 향을 맡습니다. 가루 향에서 잡은 방향이 유지되는지, 다른 쪽으로 옮겨 가는지를 봅니다.
3
한 모금 마시고 두 번째 고리까지만 좁힙니다. 첫 잔부터 세부어를 고르려 하지 않습니다.
4
식으면서 다시 봅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단맛과 산미가 또렷해져 처음에 놓친 표현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세부어로 내려갑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기록이 재현됩니다. 같은 원두를 일주일 뒤에 다시 마셨을 때 비슷한 자리에 표시가 찍히기 시작하면, 감각이 아니라 언어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훈련의 목표는 남들이 못 느끼는 향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휠은 고르는 도구, 렉시콘은 재는 도구

플레이버 휠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대개 바깥부터 읽기 때문입니다. 가운데 9칸에서 하나를 짚고 바깥으로 한 칸씩 내려가면, 고를 수 있는 후보는 매번 서너 개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단어를 정확히 쓰고 싶다면 휠 옆에 렉시콘을 놓아야 합니다. 휠은 무엇인지를 정하고, 렉시콘은 얼마나인지를 정합니다. 이 둘이 갖춰지면 "제 입에는"으로 시작하던 말이 남에게 옮겨지는 기록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바깥쪽 세부어를 못 고르겠는데 잘못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공식 안내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멈추라"고 적고 있습니다. 확신 없이 세부어를 고르면 다음에 같은 원두를 마셨을 때 기록이 달라져 오히려 쓸모가 없어집니다. 중간 고리까지만 적는 기록이 세부어까지 적은 부정확한 기록보다 낫습니다.
Q. 두 표현 사이에서 고민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휠에서 두 칸의 위치를 보십시오. 맞붙어 있으면 어느 쪽을 골라도 큰 차이가 아닙니다. 반대로 둘 사이의 틈이 중심 쪽으로 깊게 파여 있다면 관계가 먼 표현이므로, 한 단계 안쪽으로 물러나 공통 상위 표현으로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기준 시료를 다 구해야 훈련이 되나요?
전부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렉시콘 2.0판이 24개 항목의 시료를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꾼 것이 이 때문입니다. 잼·주스·향신료처럼 마트에서 살 수 있는 항목부터 시작하고, 특수한 향료 세트는 필요해질 때 갖추면 됩니다. 다만 향 시료로 표시된 것은 먹지 마십시오.
Q. 휠에 없는 표현을 쓰면 안 되나요?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휠은 공통 언어를 만들기 위한 표준이지 표현의 상한선이 아닙니다. 다만 손님이나 동료에게 전달할 목적이라면 휠 안의 단어로 한 번 옮겨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개인적인 비유는 본인에게만 통합니다.
Q. 옛 판본과 개정판 중 무엇을 봐야 하나요?
2016년 개정판입니다. 옛 판본은 향과 맛이 두 장으로 나뉘어 있고 배치 근거가 다릅니다. 지금 업계에서 공통으로 참조하는 것은 개정판이며, 렉시콘의 항목과도 개정판이 대응합니다. 다만 변경 금지 조건이 붙어 있으므로 색이나 항목을 고쳐 다시 그려 배포하지는 마십시오.
#플레이버휠 #향미표현 #센서리렉시콘 #커핑 #테이스팅노트

요약

  •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읽습니다. 안쪽 9개 대분류를 먼저 짚고 한 칸씩 좁혀 갑니다.
  • 중간에서 멈춰도 됩니다. 확신 없는 세부어보다 재현되는 상위 표현이 낫습니다.
  • 칸 사이 간격은 관계의 세기입니다. 붙어 있으면 가깝고, 틈이 중심 쪽으로 깊을수록 멉니다.
  • 배치는 실험 결과입니다. 전문가 72명의 분류를 군집분석·다차원척도법으로 옮겼습니다.
  • 휠 옆에 렉시콘을 둡니다. 110개 항목의 정의와 기준 시료, 0~15 강도 척도가 여기에 있습니다.
  • 향 시료는 먹지 않습니다. 라텍스 풍선처럼 식용이 아닌 시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 한국어판은 공식 배포본을 받습니다. 애매한 항목은 렉시콘 정의로 확인하고 원어를 병기합니다.